티스토리 툴바

그런 순간이 있다.
반드시 순간이어야 한다.
온몸에 소름이 끼치고, 손에서 땀이 흐르는 그 순간.

언어의 마지막이 시라면
이미지의 마지막은 사진이어야 한다.

잊지 못한다.
늦여름, 편두통과 감기, 식은 땀과 오한으로 으슬으슬 하던 그 때
셔터를 누르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의 그 느낌.

그렇잖던가
세상과 호흡하고 순간이 내게로 다가왔다는 기분.
빛과 피사체, 흔들리지 않는 카메라, 프레임 안의 완벽한 구도, 1/8000초의 셔터막보다 빠른 그 순간의 기록.
흐르는 시간을 딱! 잡았다는 쾌감.

논쟁적인 모든 가치들을 뒤로하고
현상을 기록한다는 사명으로는 형언할 수 없는 그 행위.


_15 September 1990, Greg Marinovich


_포토저널리스트로서 사진을 찍느냐 안찍느냐는 부차적인 논쟁이다. 
좀 더 깊게 보자면 어떻게 찍을 것인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.

사진기자로서 그 자리에 그 순간에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 기록하기 위해서.
스스로 현상을 중단하고자 했다면 사진기자가 되지는 않았을 터.

다만 또 하나의 눈으로서, 매체로서 아니면 그 순간을 기록하는 그 행위자체로라도
포토저널리스트는 무조건 사진을 남겨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있다. 






_Taylor Kitsch as Kevin Carter